장례미사의 의미와 미사 각 부분 해설

1. 장례 미사의 의미

  가톨릭 교회는 인간의 삶이 죽음으로써 완전히 끝나고 허무해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넘어서는 영원한 삶이 있음을 믿습니다. 이것이 가톨릭 교리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부활 신앙’입니다.

장례미사는,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하느님 앞에서 영원한 삶을 시작하는 이를 위한 파스카적 성격(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가는)을 지닌 제사입니다.  

이러한 부활에 대한 교회의 믿음은, 단순히 내세 지향적이거나 현실 도피적인 성격을 지니기 보다는, 현실의 삶을 더욱 밀도있고 충만하게 살도록 촉구합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이나 쾌락에 집착하지 않고, 영원한 가치에 더 마음을 두며 그것을 실천하게 하는 요소가 바로 부활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장례미사는 바로 이러한 부활신앙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2. 장례미사의 각 부분 해설 

* 특이사항 : 사제의 장례 때에는 ‘얼굴이 신자석을 향하도록’ 관을 배치합니다. 지금 명동대성당의 빈소에서도 김수환 추기경이 신자석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누워 있습니다.

(신자들의 경우 - 얼굴이 제대를 향하도록 배치)

시신의 배치가 다른 이유: 사제의 장례미사 때에는 ‘시신의 얼굴이 신자석을 향하도록’ 배치합니다. 이는 비록 고인이 되었지만, 신자들을 위한 사제로서의 마지막 직무를 수행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일반 신자들의 경우 ‘얼굴이 제대를 향하도록’ 배치합니다. 신자로서의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 시작 예식 

(1) 시신이 안치된 곳에서 미사 전에 드리는 기도

본래 고인의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드리는 기도인데, 하느님께서 고인을 평화와 빛으로 불러주시기를 청하는 내용과, 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2) 입당 행렬

사제단의 행렬은,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인생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사회의 일반적인 의전 행렬의 경우, 상급자가 앞에 서고 직급에 따라 그 뒤를 따르는 것이 관례인데, 교회의 전례에 있어서는 가장 젊은 성직자가 앞에 서고 원로 성직자들이 그 뒤를 따른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행렬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위령성가를 부르거나 적당한 시편을 노래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시편들로, 보통 시편 114편, 115편, 50편, 120편, 121편, 122편, 125편, 131편, 133편 등을 부르게 됩니다. 

(3) 본기도

보통 미사의 시작 예식에 들어있는 ‘참회예식’ 부분을 생략하고, ‘본기도’로 장례미사를 시작합니다. 본기도는 미사에 참례하고 있는 신자들의 마음을 ‘한데 모아서 바치는 기도’라는 뜻인데, “평생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살아온 고인의 믿음의 삶이, 이제 하느님 앞에서 그 결실을 맺게 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 말씀전례 

이어서 말씀 전례가 시작됩니다.

미사는 크게 두 부분, 즉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말씀전례]와 예수님의 몸을 나누는 [성찬전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말씀전례에서는 세 개의 성경을 읽고 강론 말씀을 듣게 되는데, 구약성경에서 첫 번째 말씀을, 신약성경의 사도서간에서 두 번째 말씀을, 그리고 복음서에서 세 번째 말씀을 봉독합니다. 

(1) 제 1 독서

첫 번째로 듣게 되는 독서는 구약성경의 지혜서 3장 1절-9절의 말씀입니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 안에서 평화를 누리게 되리라는 말씀입니다. 

(2) 화답송

들려진 하느님 말씀에 대한 화답의 노래입니다.

보통은 시편의 구절을 노래하는데, 오늘은 김추기경께서 평소에 좋아하셨던 성가인 ‘주 예수와 바꿀 수는 없네’를 고인의 마음을 담아 함께 부릅니다. 

(3) 제 2 독서

두 번째로 듣게 되는 말씀은 요한의 첫째 서간(3,1-2)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서 우리도 그분처럼 되고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되리라는 희망의 말씀입니다. 

(4) 복음환호송

이는 잠시 후 봉독될 복음에서 그리스도의 현존하심을 환영하는 노래입니다. 

(5) 복음

오늘 봉독될 복음은 마태오 복음 25,31-46의 말씀입니다.

최후의 심판에 관한 말씀으로,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베푸는 사랑이 곧 하느님께 드리는 사랑이 된다’는 내용이 핵심 주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복음 역시 김추기경께서 즐겨 읽으시고 인용하셨던 내용입니다. 

(6) 강론 

(7) 보편지향기도

세상을 떠난 이와 살아있는 이들을 위해 바치는 공동체의 기도입니다. 

3) 성찬전례 

성찬전례는 라틴어로 Liturgia Eucharistica라고 하는데, ‘감사의 전례’라는 뜻입니다.

미사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감사의 제사로 이어집니다. 

(1) 예물준비

예물준비는 성찬전례의 첫 부분으로서, 봉헌성가와 빵과 포도주를 제단에 바치고 준비하는 것, 손을 씻는 예식과 봉헌기도까지를 포함합니다.

(1-1) 빵과 포도주의 봉헌

빵과 포도주를 봉헌할 때 사제는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받으소서...”하는 기도를 바치는데, 이는 구약시대부터 사용되어온 봉헌의 기도로서, 우리가 하느님께 바치는 모든 것이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사제는 포도주를 봉헌할 때 한 방울의 물을 섞는데, 이는 천연적인 산물에 우리 자신을 함께 섞어서 봉헌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자연의 혜택을 봉헌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노동, 인간적인 연약함, 허물까지도 있는 그대로 하느님께 바치는 것입니다. 이때 빵과 포도주는 인간의 전존재를 나타내는 하나의 표지가 되는 것입니다.

(1-2) 손 씻음

사제는 속으로 ‘정결의 기도’를 바치고, 봉헌하는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상징적인 행위로 물로 손을 씻습니다.

(1-3) 초대

사제는 신자들을 향해서 “형제 여러분, 우리가 바치는 이 제사를 ...”하면서 기도에로 초대하고, 신자들은 “사제의 손으로 바치는 이 제사가...”하면서 봉헌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기도를 바칩니다.

(1-4) 예물기도

지금 바치는 이 예물이 고인의 구원을 위하여 드리는 것이며, 고인이 평생토록 지켜온 신앙의 삶이 심판자이신 주님 앞에서 너그러이 받아들여지도록 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 감사송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을 상기하는 내용으로, 특히 그리스도께서 몸소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시고 부활하셨기에,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우리 인간들도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되었음을 찬미하는 기도입니다.

(2-1) 거룩하시도다

‘감사의 찬가’라고도 불리며, 그 내용은 이사야 6장 3절과 마르코 복음 11장 9-11절에서 취한 것입니다. 

(3) 성찬기도

성찬기도는 성찬전례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심으로써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로 들어 높여 주심을 재현하는 기도입니다.

성찬기도 중에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이 그분의 부활에도 참여하도록 기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4) 영성체 예식

성찬기도는 영성체 예식을 통해서 구체화됩니다. 즉 미사에 참례하고 있는 모든 신자가 성령 안에서 일치하여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가,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는 의식을 통해서 ‘지금 여기에서’ 실현되는 것입니다.

(4-1) 주님의 기도

성체를 모시기 전에 모든 신자들은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 곧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4-2) 이어서, 내용상 주님의 기도의 연장 선상에 있는 기도를 바칩니다.

(4-3) 평화 예식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하셨던 ‘평화의 인사’(요한14,27)를 인용하여 드리는 기도로, 교회의 믿음을 위하여 평화와 일치를 청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4) 평화의 인사

* 장례 때에는 신자들 사이의 평화의 인사를 생략합니다.

(4-5) 하느님의 어린 양(Agnus Dei)

영성체할 마음의 준비를 시키면서 하느님의 어린 양이신 그리스도를 찬미하는 노래입니다.

(4-6) 영성체

(4-7) 영성체 후 기도

세상을 떠난 이가, 그리스도께서 주신 영적 양식(성체)으로 힘을 얻고 하느님의 영원한 식탁에 참여하기를 청하는 기도입니다. 

4) 고별식 

고별식이 이루어지는 동안 유가족들은 촛불을 켜 들고 고인 주변에 둘러섭니다. 

(1) 주례자의 권고

고별식은 고인과의 작별을 위한 시간이지만, 언젠가 하느님 안에서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을 간직한 이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함께 고인을 위해 기도하자고 권고합니다. 

(2) 고인을 위한 기도 1

고인이 나약한 인간으로서 저지른 모든 잘못과 허물을 용서해 주시고 하느님 나라로 받아들여 주시기를 청하는 기도입니다. 

(3) 분향과 성수

고인을 위하여 향을 피우고 성수를 뿌리는 예식입니다. 이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교회 전통에 따라 천상교회의 성인들과 천사들이 고인을 영접해 주기를 청하는 노래 ‘하늘의 성인들이여’를 부릅니다. 

(4) 고인을 위한 기도 2

고인이 사는 동안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고인을 자비로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게 하심으로써 하느님 안에서 서로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청하는 기도입니다. 

(5) 운구할 때

성당에서 운구할 때 교회의 전통에 따라 ‘천사들은’이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3. 운구 및 하관 

(1) 운구

사제의 장례 때 운구는 그 교구의 가장 젊은 사제들이 담당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김추기경은 서울대교구 소속이므로 서울대교구의 젊은 사제들이 운구를 담당하게 됩니다. 사제의 운구를 사제가 담당한다는 관례는 사제들 서로간의 깊은 친교와 일치감을 체험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장지까지 운구가 이루어지는 동안 시편들(117편, 41편, 92편, 24편, 118편)을 노래하거나, 연도(위령 기도)를 반복합니다. 

(2) 하관

무덤에 다다르면 유가족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고인 주위에 둘러섭니다.

(2-1) 무덤 축복

그리스도께서 묻히셨던 무덤이 영광스런 부활의 장소가 되었던 것처럼, 이 무덤도 고인의 부활을 희망하는 표상이 되게 해달라는 내용의 무덤 축복 기도를 바치고, 분향합니다.

(2-2) 하관

무덤 축복이 끝나면 무덤에 관을 모시고, 유가족들은 관 위에 성수를 뿌립니다.

(2-3) 독서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15장 35-55절의 말씀 중 일부를 봉독합니다.

지금은 비록 썩어 없어질 비천한 몸으로 묻히지만, 마침내 영광스러운 몸으로 다시 살아나리라는 희망을 선포하는 내용의 말씀입니다.

(2-4) 청원기도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 것이며,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기억하며, 고인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대로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되기를 청하는 기도입니다.

(2-5) 유가족을 위한 기도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들이, 고인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시작임을 기억하며, 언젠가 하느님 나라에서 고인을 다시 만날 희망을 가지고 현재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게 해 달라는 기도를 바칩니다.

(2-6) 유가족들을 위한 기도가 끝나면 관 위에 흙을 덮기 시작합니다. 매장이 이루어지는 동안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인 즈카르야가 하느님께 대한 무한한 신뢰와 희망을 표현한 노래인 ‘즈카르야의 노래’를 부릅니다. 

흙을 덮고 나면 무덤에 예를 갖추고 묘소를 내려오는 것으로 장례식을 마칩니다.  

4. 우제(虞祭) 

가톨릭 교회의 전례는 각 나라의 오랜 문화적 전통을 존중하고, 그 전통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요소와 충돌하지 않는 한 다양한 정신적 유산들을 보존하고 전례 안에 수용하고자 합니다. 특히 장례예식은 나라마다 고유한 의식과 전통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장례를 지내고 집에 돌아와, ‘영혼을 달랜다’는 의미로 초우(初虞), 재우(再虞), 삼우(三虞) 등의 제사를 지내왔습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는 이러한 전통을 받아들여,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고자 우제(虞祭)를 지냅니다. 


 

"여기오신 모든 이에게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