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전례 성가
Posted 2009. 10. 21. 13:02미사 전례 성가
1. 서 언
전례는 거룩한 표지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재현하고, 이를 통하여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며 사람들을 거룩하게 하는 교회의 공적 예배이다. 이러한 전례를 거행하려면 교회의 구성원인 사제나 교우들을 비롯하여 하느님의 말씀, 인간의 말?자세?동작, 장소, 사물, 복장, 음악 등 많은 요소들이 필요한데, 그 중에서도 음악은 어느 요소 못지 않게 큰 역할을 한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러한 음악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전례헌장 6장 전체를 ‘성음악’에 할애하고(112-121항), 그 의미와 역할, 그리고 개혁의 일반 원칙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공의회 이후에는 전례헌장의 개혁정신과 원칙에 따라 여러 차례 전례성가집을 발간하고 성음악에 관한 세부 지침도 제시하였다.
한국 가톨릭 교회는 공의회 이후에 이러한 개혁 영향을 받아 특히 미사 성가 부분에서 상당히 큰 변화를 겪었다. 그러한 변화 가운데는 공동체 성가의 활성화, 성가 가사의 성서화, 토착 성가의 발전 등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그와 더불어 원칙없는 각종 성가집의 발간, 전례성가와 비전례성가의 혼동, 성가대의 위축, 전례정신에 맞지 않는 미사 성가 등 부정적인 면도 많았다. 이러한 부정적인 현상들 가운데 미사 성가와 관련된 사항을 몇가지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사업으로 편찬 발간된 ?가톨릭 성가?는 그 편찬 기준은 좋았으나 미사 전례에 맞추어 사용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성가집 자체가 가사보다는 곡 위주로 편집되었다.
2) 흔히 ‘미사곡’이라 부르는 미사 통상문의 일부인 자비송, 대영광송 등의 성가는 그 종류는 많지만 시작 인사, 신앙고백, 감사기도 등 통상문의 상당 부분은 거의 없거나 작곡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례시기나 축일에 따라 변하는 미사 고유부분의 성가는 화답 시편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 결과 고유 부분은 비성가 부분으로 간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3)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미사 성가의 선택 기준을 생각하지 않고 공의회 이전의 관습에 따라 입당?봉헌?영성체?퇴장이 가장 중요한 성가 부분이고, 여기에 주일이나 축일에 따라 몇 가지 성가를 더 부르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성가의 등급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4) 가장 중요한 성가 부분인 알렐루야, 성체 축성 후의 기념 환호(신앙의 신비여), 감사기도 끝의 마침 영광송과 아멘 등은 주일이나 축일 성가로 인식하여 평일 미사 중에는 노래하지 않는다.
5) 일부 성가에 편중하여 전례 사목이 요구하는 다양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6) 공동체가 부르는 성가와 성가대나 선창이 부르는 성가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공동체의 성가를 성가대가 독점하거나 성가대 성가를 공동체가 부르기도 한다. 특히 선창의 역할이 매우 미미하다.
7) 성가가 예식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예식의 특성을 흐리게 하는 경향도 보인다.
8) 신학교나 수도원, 또는 일부 성가대를 제외하고는 교회의 공식 전례성가인 그레고리오 성가와 담을 쌓고 있다.
9) 어린이 미사와 학생 미사 때에는 전례성가와 엄연히 구분되는 비전례 성가를 함부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른 미사 때에도 가끔 나타난다. 그리고 과도기적인 현상이긴 하겠지만 주교회의의 인준을 받지 않은 성가들을 남용하고 있다.
10) 이제는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토착성가가 매우 부족하다.
이 글에서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와 그 이후에 교회가 가르치는 전례성가의 의미와 역할과 일반원칙을 제시하겠다. 그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미사성가 지침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마지막으로 이들 일반 원칙과 세부 지침에 따라 미사 각 부분의 의미와 형식을 전례와 음악적인 시각에서 순서에 따라 풀이하겠다.
2. 전례성가의 의미와 역할
넓은 의미에서의 성가란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를 위하여 창작된 거룩하고 아름다운 형식의 노래를 말한다. 이러한 노래 가운데 교회의 인준을 받아 제반 전례 행사 중에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전례성가라고 한다. 그만큼 전례성가는 교회의 공식 예배인 전례와 직결되어 있다. 그 까닭에 교회는 전례성가의 목적을 전례 자체의 목적과 똑같이 하느님 공경과 인간 성화에 두고 있다. 양자의 목적이 같은 이유는 전례 성가란 거룩한 말과 결부된 노래로서, 전례의 한 요소이자, 특히 ‘성대한 전례의 필수불가결의 요소’를 이루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성가는 전례를 장엄하게 거행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장식적인 요소나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기본 구성 요소라는 말이다. 마치 사람에게는 심장이나 머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손이나 발도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성가를 사람이 입는 옷이 아닌 몸이라고까지 한다. ‘성대한 전례의 필수불가결의 요소’라는 말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성가란 기도로 된 노래로서 음악적인 특성상 기도를 더욱 감미롭게, 그리고 예식을 더욱 성대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전례, 특히 성대한 전례에 성가가 꼭 필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전례가 지닌 특성 때문이다. 한마디로 성가는 전례가 지닌 신비를 더 효과적으로, 깊게. 아름답게, 성대하게, 거룩하게, 뜨겁게 표현한다.
1) 전례는 하느님의 전능과 진?선?미 등 그분이 지니신 본질과, 창조?계약?구원 등 역사를 통해 보여주신 그분의 구원 업적을 기념하고 찬미하며 감사를 드리는 예식이다. 이러한 기념?찬미?감사의 마음은 노래로 부를 때에 더욱 완전하게 표현된다. 이점에 관해 묵시록의 한 구절은 이렇게 묘사한다. “그들은 새로운 노래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은 살육당하셨고 하느님을 위하여 당신의 피로 모든 종족과 언어와 백성과 민족들 가운데서 사람들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많은 천사들의 음성을 들었다. 그들은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살육당한 어린양, 그이는 권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존경과 영광과 찬양을 받아 마땅하도다.’”(묵시 5,9-12)
2) 대부분의 전례는 기쁘고 즐거운 행사이다. 하느님의 본질과 그분이 베풀어 주신 구원을 기념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쁨의 축제 행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기쁘면 흔히 음악이나 노래로 그 기쁨을 나타낸다. 노래는 마음의 기쁨을 드러내는 표지이기 때문이다. “누가 기쁩니까? 그러면 노래를 부르십시오.”(야고 5,13) 굳이 성서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크고 작은 축제 행사나 단순한 모임이 있으면 번갈아 가며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은 기쁨과 노래의 밀접한 관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아들을 것이다.
3) 종교인, 특히 그리스도인은 기도하는 사람이다. 이 기도 가운데 가장 훌륭한 기도가 전례이다. 전례를 이루는 요소들은 많지만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요소는 찬양?감사?간청?화답?환호 등 다양한 형식으로 된 기도들이다. 이러한 기도는 노래, 악기 연주 등 음악으로 표현 할 때 더욱 감미롭고 뜨거워진다. 옛 격언에도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두 번 기도한다’는 말이 있다.
4) 전례는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을 이루는 ‘일치의 성사’인 교회의 공적인 예배이다. 그래서 흔히 전례를 마음과 기도와 소리와 사랑의 친교행사라고들 한다. 노래는 이러한 전례의 공동체적 특성과 일치를 잘 드러낸다. 공동체가 같은 가사와 가락으로 된 성사를 부르면 소리의 일치가 마음과 신앙의 일치를 더 깊고 견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5) 지상 전례는 우리 순례의 목적지인 성도 예루살렘에서 거행되는 천상 전례를 미리 맛보게 하고 그것에 참여시켜 준다. 우리는 지상 전례에서 하늘의 천사와 성인들과 더불어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마지막 날에 영광 중에 오실 주님을 기다린다. 성가는 이러한 천상전례를 더 뚜렷이 예시(豫示)해 준다.
3. 전례성가에 관한 일반 원칙
성가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전례 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교회는 전례성가에 관한 여러 가지 일반 규정과 세부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상 성음악에 관한 일반 규정은 이미 전례헌장 제 6장 113-121항에서 개혁 원칙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그런 일반 규정만으로는 구체적인 전례를 거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교회는 그 후에 여러 차례 세부 지침도 확정 발표하였다. 그 중에서도 1967년에 경신성이 발표한 「성음악 훈령」은 성음악에 관한 기존 문헌을 공의회의 개혁 정신에 맞추어 제시한 일종의 성음악 종합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쳐 철저하게 작성한 이 훈령 역시 3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의 개정 예식서들이 그 후에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그러한 문제점을 감안하면서 성음악 훈령과 그 전후의 교회 문헌에 나타난 원칙들 가운데 중요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여 설명하겠다.
1) 모든 전례성가집과 그 안에 수록된 전례성가는 다른 모든 전례서나 그 예식들과 마찬가지로 지역 주교회의와 교황청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특히 성가 가사가 전례문으로 사용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전례문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인준된 것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문제는 전례문에 들어있지 않은 창작 가사와 가락이다. 이러한 성가는 적어도 지역 주교회의나 교구장 주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한국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톨릭 성가?는 한국 주교회의가 공식으로 인준하고 출판한 전례 성가집이다. 이러한 성가집으로는 ?가톨릭 성가?가 유일하다. 그 외에 1999년에 출판된 ?어린이 미사?에 수록된 어린이 미사 성가도 사용 허가를 받은 성가이지만, 그 곳이나 가락에 있어 문제가 많아 앞으로 계속적이 수정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과거에 사용하던 ?정선 가톨릭 성가집?. ?가톨릭 공동체의 성가집?. ?새 전례 성가집?을 비롯하여 수도회에서 사용하던 성가집들은 교회 규정에 따라 자동으로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 굳이 이러한 성가집을 장기적으로 사용하려면 최소한 교구 주교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 기간도 한시적이다. 이같은 규정은 현재 각 본당이나 수도회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고유 성가집이나 성가들에도 그래도 적용된다. 예를 들면 1996년 대림 제1주일부터 사용하고 있는 개정 미사 통상문의 자비송, 대영광송 등을 가사로 하는 이른바 미사곡들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서 심의 중에 있다. 이런 성가도 지금은 일종의 예비 시험 기간으로 간주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일단 주교회의의 결정이 나면 인준된 성가들만 전례 성가로 사용할 수 있다.
2) 전례성가란 전례 경문에 가락을 붙인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례성가가 되기 위한 첫째 요건은 전례문이거나 전례정신에 맞는 가사이어야 한다. 그만큼 전례성가는 일반 노래와는 달리 가사를 중시한다. 아무리 가락의 예술성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가사가 전례문으로서 부실할 때에는 전례성가로 간주하기 어렵다. 그리고 일단 전례성가로 인준 받았을지라도 해당 예식에 맞아야 한다. 가사가 좋아도 예식과는 상관없는 내용이면 별 소용이 없다. 따라서 작곡자나 작사자, 그리고 성가 봉사자들은 가사, 가락, 전례 안에서의 역할 등을 먼저 생각하고 창작을 하거나 성가를 선택해야 한다. 성가도 성음악의 일종이라고 하여 무조건 음악적인 차원에서만 전례성가로서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전례성가 가사는 전례에 사용되기 때문에 가톨릭 교리에 부합해야 하며, 주로 성경과 전례문에서 취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특히 시편은 이미 초세기부터 교회의 공식 전례성가로 사랑을 받고 있다. 교회가 시편을 가장 중요한 전례성가로 삼은 동기는 시편을 그리스도께 말씀하시는 성부의 목소리이자 성부께 드리는 그리스도의 소리로,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성부께 바치는 교회의 기도로, 그리고 주님이시며 천상 신랑이신 그리스도께 노래하는 신부의 목소리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전례성가를 심의할 때에는 음악적인 측면에만 집착하지 말고 먼저 그 가사가 전례문으로 합당한가를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국 주교회의가 200주년 기념 사업으로 펴낸.「가톨릭 성가」의 편찬위원을 보면 모두 음악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고 전례를 비롯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은 아무도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전례성가집이 요구하는 요소들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미 전례성가로 인준된 성가를 부를 때에도 습관적으로 1-2절만 부르지 말고 가사를 보아서 때로는 2-3절이나 1?4절도 부르기를 권한다.
성가 가사와 연관시켜 라틴어에 관해서도 한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서방 교회의 공식 전례 언어는 해당 지역의 모국어와 라틴어이다. 라틴어는 비록 이제 모국어에 밀려 그 비중이 훨씬 약해졌지만 아직도 서방 교회의 공식 전례 언어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라틴어 성가를 가끔씩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 관하여 교회는 이렇게 가르친다. “날이 갈수록 여러 나라의 교우들이 함께 모이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미사통상문의 몇 부분, 특히 신경과 주님의 기도는 쉬운 가락으로 된 라틴어로 함께 부를 줄 알면 매우 유익할 것이다.
3) 성가의 주요 기능 중의 하나는 전례 행사를 더욱 성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유의해야 할 점은 전례의 성대성이나 장엄성은 단지 음악이나 장식 또는 봉사자들의 숫자나 복장 등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각 예식을 그 특성에 따라서 올바로 거행하면서 품위 있고 경건하게 거행하며, 모든 봉사자들이 고유한 직무를 수행하고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가도 전례의 장엄성에 기여하려면 교우들이나 성가 봉사자들이 실제로 성가를 요구하는 부분을 예식에 맞추어 불러야 한다. 예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성가를 부른다거나 성가로 말미암아 예식 진행 자체가 지나치게 지장을 받으면 그런 성가는 오히려 예식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성가는 어디까지나 전례의 봉사 요소이지 지배 요소가 아니다. 따라서 가락이 길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전례 자체를 느리게 하는 성가는 특별히 장엄한 행사 때 외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4) 경문이나 예식 자체가 성가를 요구할 때에는 실제로 성가를 불러야 하고, 그 성가는 경문이나 예식의 성격이 요구하는 성가 유형이나 양식을 사용해야 한다. 경문 가운데 성가를 요구하는 요소는 대부분의 환호, 찬미가, 영광송, 시편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는 일반적으로 성가가 필요한 부분에 들어 있다. 예를 들면 대영광송은 축제의 기쁨을 나타내는 축제 노래이다. 그리고 복음 환호송인 알렐루야와 복음전 성구는 복음을 선포하러 오시는 주님을 환영하기 위하여 모두 일어서서 부르는 노래이다. 이런 부분이나 경문은 자체로 성가를 요구한다. 경문이나 예식의 성격이 요구하는 성가 유형이나 양식이란 한마디로 기도문의 장르에 알맞은 성가를 사용하라는 말이다. 이를테면 공동체의 환호인 ‘거룩하시도다’와 신앙고백문인 ‘신경’을 같은 형식으로 부를 수는 없다. 또 독서 후의 환호 ‘하느님, 감사합니다’와 축성된 성체를 나눌 때는 성가 ‘하느님의 어린양’이 같은 형식일 수는 없다. 이 점은 특히 성가 작곡가들이 유의하여야 한다. 작곡가들은 그들이 작곡하고자 하는 경문이나 예식의 의미나 기능을 정확히 알고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이 점에 있어 표본이 된다. 그러나 과거의 일부 그레고리오 성가도 때로는 당대 작곡가들의 전례 지식 부족이나 그릇된 관념으로 실수를 범하곤 하였음을 참작하여야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자비송’이다. 과거에는 자비송을 단순히 지은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의 용서를 청하는 일종의 참회기도로 생각하여 대부분 슬픔과 참회를 자아내는 단조 형식으로 작곡하였다. 그러나 자비송은 대영광송과 거의 비슷한 성격을 지닌 주님을 부르는 환호이자 자비를 간청하는 공동체의 노래이다. 그런데도 새로 나오는 자비송곡을 보면 대부분 과거의 음악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참고로 기능이나 양식에 따라 성가 종류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① 성서 성가: 시편, 성서 송가(Cantica biblica), 혼합성가(성서 가사와 창작 가사가 섞여있는 성가).
비성서 성가: 가사가 성서 본문과 상관없는 창작 성가
② 독립 성가: 자체로 독립된 예식이나 행위를 이루는 성가로 대영광송, 화답 시편, 거룩하시도다, 축성후 기념 환호 등이 있다.
예식 동반 성가: 예식의 의미와 기능을 돕는 성가로 일반적으로 예식과 함께 시작하고 끝맺는다. 여기에는 입당 성가, 예물 성가(과거의 봉헌성가), 하느님의 어린양, 영성체 성가, 퇴장 성가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하느님의 어린양을 제외한 성가들을 ‘행렬 동반 성가’라고 한다.
③ 화답송(Responsorium): 미사의 화답송처럼 성가대나 선창이 본문을 노래하면 회중은 후렴을 반복하는 형식의 노래이다.
대송(對頌)(Antiphona): 원래는 성가대나 회중이 두 편으로 나뉘어 시편을 교대로 노래하는 교송을 뜻하였으나. 이제는(서방교회 관습) 화답송과 비슷하게 선창이나 성가대가 시편을 노래하면 회중이 시편의 시작이나 끝에, 또는 시편 구절 중간에 후렴 형식으로 노래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미사경본에는 입당송은 시편의 한 구절만 대송으로 남아 있고, 영성체송은 대부분 시편 없는 대송만 남아 있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이 남은 구절도 성가대나 선창이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④ 독서 사이의 노래: 제1독서와 제2독서 사이, 그리고 제2독서와 복음 사이에 부르는 노래로 화답송, 부속가, 복음 환호송 등이 있다.
⑤ 통상문 성가: 미사통상문처럼 가사가 변하지 않고 고정된 성가를 말한다. 이 가운데 미사통상문의 자비송, 대영광송, 신앙고백문, 거룩하시도다, 하느님의 어린양을 흔히 ?미사통상문 성가?(Ordinarium Missae 또는 Cantus in ordine missae occurentes)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가집을 ‘귀리알레’(Kyriale)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통상문 성가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통상문 가운데 노래로 불러야 할 부분이 많이 때문이다. 이를테면 알렐루야, 축성 후의 기념 환호송 등도 중요한 통상문 성가이다. 단지 이들 성가는 짧기 때문에 푸대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고유문 성가: 미사의 고유문(Proprium Missae)처럼 전례시기나 축일에 따라 가사가 변하는 성가를 말한다. 미사의 본기도, 예물기도, 영성체 후 기도 등이 여기에 속한다.
⑥ 유형별 구분: 찬미가(hymnus), 송가(cantica), 영광송(doxologia), 환호송(accla -matio), 화답송(responsorium), 대송(antiphona), 시편, 호칭 기도(litania), 선포문(본기도 등 주례기도, 감사송, 독서와 복음 봉독, 신앙고백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내용이나 음률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5) 대부분의 전례에는 성가를 부를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며, 특히 미사 전례에는 성가 부분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그렇다고 성가 부분을 전부 노래할 수는 없고 축일이나 예식의 장엄성 정도에 따라 성가 부분도 차이와 등급을 두어 고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성가 부분을 선택할 때에는 될 수 있으면 선택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 원칙이란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성가 부분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성가 부분이란 먼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예식의 성격이나 경문 자체가 노래를 요구하는 부분이다. 환호나 찬미가는 자체로 노래인 반면, 독서나 권고 등은 그 특성으로 보아 본래 노래가 아니다. 둘째로 더 중요한 성가 부분은 사제와 봉사자들이 노래하면 교우들이 화답하거나, 사제와 교우들이 함께 노래하는 부분이다. 달리 말해 공동체 전체가 함께 또는 교송으로 노래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중요한 성가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 따라 성가를 선택하더라도 항상 전례시기나 축일의 등급, 그리고 성가대나 교우들의 음악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6) 전례는 하느님 백성의 공적인 예배이고, 이 백성은 주교를 중심으로 사제, 부제, 시종, 독서자, 성가대, 교우 공동체 등 다양한 교계와 직무를 통하여 전례를 거행한다. 이러한 집회가 전례행사에 있어 더없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례헌장」114-115항과 「성음악 훈령」13-26항에서는 전례 집회 구성원들의 음악적 역할, 직무, 교육 등에 관한 지침을 매우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들 지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전례음악의 사목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집회 주성원들의 순수 음악 교육뿐 아니라 영성교육과 전례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에서 우리는 특히 지침들이 반복하여 강조하는 교우 공동체와 성가대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① ‘교우 공동체는 성가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 지침들의 한결같은 원칙이다. 이 원칙은 직접 또는 간접으로 거듭 강조되고 있다: “교우들은 자기들이 소리내고 듣고 하는 것에 마음을 합하고 초자연적 은총에 협력해야 한다”; “교우들은 동작과 자세와 환호와 화답과 송가로 내적인 참여를 드러내야 한다”; “교우들의 성가 참여를 온전히 도외시하고 성가대만 미사의 고유 부분과 통상문 전체를 노래하게 하는 관습은 동의할 수 없다.” 교우들이 성가를 불러야 한다는 대목이 ?성음악 훈령?에서 무려 열 번이나 나온다. 이렇게 교우들의 성가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들이 세례를 통하여 거룩한 전례를 잘 이해하면서 능동적으로 완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 대부분의 전례, 특히 미사 전례의 상당 부분은 그 기원이나 내용, 기능으로 보아 공동체의 성가 부분이다. 직접적인 예를 들면 전통적으로 성가대가 부르는 성가로 알려진 미사의 통상문, 곧 자비송?대영광송?신앙고백?거룩하시도다?하느님의 어린양은 모두 교우 공동체가 함께 또는 성가대와 교송으로 부르는 성가들이다. 이 성가들이 15-16세기에 발달되어 17-18세기에 교회 음악에도 도입된 다성악 형태로 발전되면서 차츰 성가대 전용 성가로 변하고 말았다. 그런데 제2차 바티칸공의 회의 가르침에 따라 이제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례성가 성가대나 성창의 노래에서 교우 공동체의 성가로 제 위치를 되찾았다. 그러므로 특별히 전문 지식이나 능력이나 연습을 요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리 장엄한 축제 전례라고 할지라도 교우들이 함께 성가를 부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거룩한 예식을 거행할 때에 집회 전체가 자기들의 신앙과 신심을 노래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장엄하고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없다.” 그리고 교우들은 단지 미사통상문 성가뿐만 아니라 고유문 성가도 쉬운 후렴이나 그 밖의 적절한 곡들을 부름으로써 참여하는 것이 좋다.
② 그렇다고 성가대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공의회의 쇄신 규정에 따라 성가대의 사명은 더 중요해지고 비중도 높아졌다. 먼저 성가대는 성가대 고유 부분을 다양하고도 올바르게 노래하도록 힘써야 한다. 미사 때의 성가대나 선창의 고유문 성가 부분은 입당송(대송), 화답송의 시편, 복음 환호송의 성구, 봉헌송(대송), 영성체송(대송) 등이다. 성가대가 수행해야 할 더 중요한 역할은 교우들이 능동적으로 성가를 부를 수 있도록 육성하고 지도하며 지원하는 것이다. 성가대가 독자성과 음악적 전문성만 고집하는 한 전례성가는 본래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성가대의 주요 임무는 다른 무엇보다도 전례 봉사와 대민 봉사이다. 이러한 봉사를 올바로 수행하기 위하여 성가대원들은 음악교육과 더불어 영성교육과 전례교육도 철저히 받아야 한다. 그리고 사목 책임자들과 교육 기관은 성가대의 육성과 교육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여야 한다.
7) 마지막으로 전례성가에 관해서 언급할 때엔 교회의 전통 성가인 그레고리오 성가를 빼 놓을 수 없다. 비록 이 성가가 현대의 다양하고 예술적인 음악의 발달로 그 위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는 여전히 이 성가를 로마 전례의 표준 성가로 간주한다. “교회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로마 전례의 고유한 성가로 인정한다. 따라서 같은 조건이라면 이 성가가 전례 행사에서 첫 자리를 차지한다.” 이 성가는 비록 라틴어로 된 단성음악이지만 가사가 모두 기도문으로 되어 있으며, 이들 가사는 가락?박자?음률 등과 조화를 이루어 거룩하고 고요한 기도 음악의 형식과 내용을 잘 갖추고 있다. 그래서 신학교나 수도회 또는 가톨릭 학교 등에서 성음악의 중요한 바탕으로 교육시키고 자주 사용하기를 권한다.
4. 미사 각 부분의 성가 지침
미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요 절정이며, 모든 전례와 그리스도교 생활은 미사와 이어지고 미사에서 시작하며 미사를 향하고 있다. 그래서 미사 전례를 전례 중의 전례라고도 한다. 게다가 미사는 공동체적 특성이 가장 강하며 자체로 장엄성을 지닌 행사이다. 따라서 성가의 역할은 그 어느 전례보다 미사 전례에서 크고 중요하다. 위에서 말한 전례성가의 의미?역할?일반 원칙 등은 거의 대부분 미사 성가에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항목에서는 이러한 일반 원칙을 미사성가에 구체적으로 적용시켜 보고자 한다. 「성음악 훈령」,「로마 미사경본의 총지침」,「미사 통상문」예규,「로마 성가집」서언 등에서도 미사 성사에 관한 세부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 항목에서는 이러한 지침들을 한국 교회의 현실을 염두에 두고 설명하겠다.
1)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 특히 주일과 축일 미사는 가능한 한 성가미사(Missa in cantu)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이런 날에는 성가미사를 여러 번이라도 드릴 수 있다.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란 미사의 표준 형식이다. 따라서 사제 혼자 드리는 예외적인 미사 외에는 모두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에 속한다. 그렇다면 미사에 참여하는 교우들의 숫자가 너무 적거나 성가가 매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미사에는 성가를 부르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결국 “성가가 많을 수록 더 나은 전례가 된다”는 격언이 미사에 적용되는 셈이다. 비록 성가 부분 전부를 노래할 필요는 없지만 민족의 특성과 집회의 능력을 고려하면서 노래를 대단히 중요시해야 한다. 특히 주일과 축일은 전례상의 의미로나 교우들의 숫자로 보아 되도록 성가를 부르며 여러 봉사자들과 함께 거행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축일이라고 하면 먼저 의무축일과 대축일을 말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는 기념일이 아닌 축일도 여기에 속한다.
2) 그런데 대부분의 미사 중에 성가를 부른다면 사목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생긴다. 미사 집전 시간이 성가 없는 미사에 비해 상당히 길어지고, 교우 수가 너무 적거나 성가를 부를 능력이 부족하여 제대로 성가를 부를 수 없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성음악 훈령」28항에서는 공의회 이전인 1958년의「성음악 선언문」에서 명시한 장엄미사(missa solemnis)와 창미사(missa cantata)와 낭독미사(missa lecta)의 구분이 그대로 효력을 지속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연중 평일 등 교우들이 적은 미사나 축일이라도 성가미사가 어려운 경우에는 낭독미사도 가능하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낭독미사라고 해서 전혀 성가를 부르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선언문에서 말하는 창미사(missa cantata)는 주로 본당에서 시종자, 독서자, 성가대, 선창 등 여러 계층의 전례 봉사자들과 함께 거행하는 주일미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그런 형식을 갖추지 않은 낭독미사에도 몇몇 성가는 부를 수 있다. 한 두어 성가를 부른다고 해서 낭독미사가 창미사로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역설적인 말 같지만 사목적으로 유익하다면 성가를 전혀 부르지 않는 미사도 가능하다. 성가에 대한 규정이나 지침의 초점은 사목에 있기 때문이다.
3) 같은 성가미사라고 할지라도 교우들이 더 쉽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거나 장엄성에 차이를 두기 위해서, 또는 교우들의 능력을 고려하는 등 사목적인 유익을 위하여 등급을 둘 수 있다. 이를테면 전례시기나 축일의 등급이나 교우들의 숫자에 따라 성가 등급에도 차이를 둘 수 있다. 그리고 같은 날의 미사라도 사목적인 이유로 등급을 달리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주일 새벽미사에는 주요 성가만 부르고, 낮미사에는 주요 성가 외에도 다른 여러 성가를 덧붙여 부를 수 있다. 「성음악 훈령」29-31항은 이러한 사목적 유익을 생각해서 성가미사의 세 등급과 각 등급에 불러야 할 성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았다.
- 제1등급 : 시작 인사, 본기도, 복음 환호, 예물기도, 대화와 감사송과 거룩하시도다, 감사기도의 끝영광송, 주님의 기도와 기도 권고(하느님의 자녀되어) 및 부속기도(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평화 인사(주님의 평화가), 영성체 후 기도, 파견사.
- 제2등급 : 자비송, 대영광송, 하느님의 어린양, 신경, 보편지향 기도
- 제3등급 : 입당행렬과 영성체 행렬 성가, 독서후 노래(화답송), 복음전 알렐루야, 봉헌노래, 성경 독서(노래로 봉독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될 경우).
① 세 등급 가운데 제1등급에 속하는 성가는 다른 등급의 성가 없이도 단독으로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제2등급과 제3등급의 성가는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부를 수 있지만 제1등급을 빠뜨려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더 중요한 성가를 제쳐놓고 덜 중요한 성가를 부르지 말라는 말이다. 제2등급과 제3등급은 엄격한 의미의 구분이라기 보다는 관례적인 구분이기 때문에 등급에 관계없이 제1등급 성가를 부를 때 선택할 수 있다.
② 제1등급에 속하는 성가는 ‘거룩하시도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례가 노래하면 교우들이 화답하는 성가들이다. 여기에는 모든 주례기도(본기도, 예물기도, 영성체 후 기도)도 포함되는데, 주례기도 끝에는 교우들이 ‘아멘’ 하고 화답하기 때문이다. 단지 거룩하시도다는 직접적인 화답은 아니지만 넓게 보면 주례의 노래인 감사송에 대한 화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공동체 전체가 함께 또는 교송으로 부를 수 있는 부분이 더 중요한 성가 부분이라는 규정을 철저하게 적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성체 축성 후의 기념 환호(신앙의 신비여-주님께서 오실 때까지)가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이 환호가 ?성음악 훈령?이 나온지 1년이 지난 1968년에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연히 기념 환호도 제1등급의 성가이다. 그리고 같은 원칙에서 분석해 보면 독서 사이의 노래인 화답송도 분명 중요한 성가인데 제3등급에 들어간 것은(‘독서후 노래’로 되어 있다) 이해하기 힘들다. 규정에는 사제 외에도 전례 봉사자가 노래하고 교우들이 화답하는 부분도 중요한 성가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훈령 33항에는 “미사의 고유부분의 노래 중에도 독서와 복음 사이의 노래는 층계송 곡이나 화답시편 곡으로서 특별한 중대성을 차지한다.”고 말하고 있다.
③ 알렐루야 역시 제3등급의 성가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성음악 훈령」보다 늦게 나온 ?미사경본의 총지침?에 따르면 알렐루야는 자체로 노래를 요구하는 환호일 뿐 아니라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그 특성이 흐려지기 때문에 외지 않고 아예 생략할 수 있을 정도의 순수 성가이다. 따라서 당연히 제1등급의 성가 부분에 속한다. 알렐루야 외에도 가장 중요한 노래 부분으로 가르치는 환호들의 절반 이상이 제1등급에서 빠져 있거나 아예 등급에 들지도 않았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알 수 있은 것은 제1등급은 주로 사제와 교우들의 응답 중심으로 정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는 원칙 가운데 자체로 성가를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음이 틀림없다.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하여「성음악 훈령」이후에 나온 문헌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요 성가 부분을 명시한다.
④ 제3등급 성가에는 성경독서도 들어 있는데, 특별히 성대한 미사가 아니면 모든 독서는 노래보다 선포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독서끝의 환호는 복음 환호처럼 노래가 적합하다.
4) 흔히 미사 성가라고 하면 통상문(Ordinarium) 성가만 생각하는데 고유문(Proprium) 성가도 있을 뿐 아니라 위의 성가 등급에 나타나듯이 중요하다. 따라서 고유문 성가도 적극 사용하고 교우들도 함께 부르기를 권한다 아쉬운 것은 현재 한국에는 고유문 성가가 화답 시편, 여러 가사에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교회 선법 여덟 가지, 성주간 미사 등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매우 방대하고 어려운 작업이긴 하지만 하루 빨리 ?로마 성가집?(Graduale Romanum)같은 미사 고유문 성가집이 나오기를 바란다.
5) 낭독미사에는 고유문이나 통상문의 어느 부분이나 노래해도 무방하다. 본 의미의 성가 미사가 아니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따라 적당한 성가를 몇 가지 골라 부를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즐겨 부르는 입당 성가, 예물 성가, 영성체 성가, 퇴장 성가를 언제라도 부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가미사의 등급은 될 수 있는 대로 지켜주는 것이 좋다. 행렬도 없는데 예물성가나 퇴장 성가는 부르면서 알렐루야나 성체 축성 후의 기념 환호(주님께서 오실 때까지)나 감사기도의 마침 영광송은 그냥 외운다면 순서가 뒤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예식의 의미와 가치도 바꾸는 결과를 초래한다.
6) 모든 미사는 전례시기나 축일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미사 성가도 전례 시기와 축일, 그리고 해당 예식에 알맞아야 한다. 전례 시기와 축일의 경우에는 미사의 고유문이나 그와 연관된 성가를 고른다. 해당 예식에 알맞은 성가란 이를테면 화답송은 화답 시편이나 그와 조화를 이루는 성가를, 영성체 성가는 성체 성가를 말한다.
5. 미사 각 부분의 성가 내용과 형식
이제 위에 제시한 제반 원칙과 지침을 토대로 미사 각 부분의 성가 내용과 형식 등 성가 작곡과 미사 성가 선택과 지도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미사 순서대로 설명하겠다. 미리 알려 둘 것은 여기에 지시하는 내용은 오직 전례와 관련된 사항이며 전문가들의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본대로 「성음악 훈령」의 성가 등급도 학자에 따라 조금씩 의견을 달리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사 각 부분에 대한 관점의 차이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1) 시작 예식
(1) 입당 성가
입당 성가는 교우들이 모인 다음 사제가 봉사자들과 함께 제대를 향해 행렬을 지어 나아가는 동안에 부르는 행렬 동반 성가이다. 입당송은 대부분 전례 시기나 축일의 의미를 반영하는 시편으로 되어 있지만, 연중 주일에는 별다른 특징 없이 일반 구원 신비에 관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시기나 축일이나 해당 예식(혼인, 장례 등)에 알맞은 성가를 부른다. “이 성가의 목적은 예식을 시작하고 집회의 일치를 강화하며 교우들의 마음을 전례 시기와 축제의 신비로 인도하고 사제와 봉사자들의 행렬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로마 미사 성가집?의 입당송을 부를 때에는 행렬 동안 입당대송과 시편 구절을 반복할 수 있다. 반복으로 노래가 길어지면 시편 구절이나 영광송 없이 입당대송만 노래할 수 있다. 그리고 성가대와 교우들 또는 선창과 교우들이 교대로 부르거나, 교우들이나 성가대만 부를 수도 있다. 행렬 동반 노래이기 때문에 행렬과 함께 시작하고 끝맺는 것(십자성호전에)이 좋다. 입당 성가는 그리 중요한 성가 부분은 아니지만 평일에도 부를 수 있다. 성가를 부르지 않거나 입당송을 외지 않은 때에는 올갠 등 악기를 연주할 수도 있다.
(2) 십자성호
세례 때에 고백한 신앙을 새롭게 하는 짤막한 신앙고백이다. 1972년의 ?로마 미사 성가집?에는 단순한 가락은 성가가 들어 있으나 장엄미사 등 특별한 미사에만 부르는 것이 좋다.
(3) 시작 인사
사제와 교우들이 나누는 첫 인사로서 서로 주님이 함께 계시기를 축원하는 동시에 미사가 주님의 현존 속에 시작됨을 드러낸다. 일종의 환호이자 사제와 교우들이 교송으로 부르는 주요 성가로서 1970년의 ?로마 미사경본? 부록의 성가 부분에는 세 가지 양식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인사를 노래로 한다는 것은 한국인의 심성에는 다소 낯선 것이 사실이다.
(4) 성수 예식
주일미사에서는 참회예식 대신에 성수예식을 할 수 있다. 주간 부활절인 주일은 세례 갱신일이고 이러한 주일에 거행하는 성수예식은 주간 세례 갱신의 의미를 지닌다. 사제가 물을 축복한 후 성당 안을 두루 다니면서 교우들에게 성수를 뿌리는 동안 공동체는 지정된 성가나 다른 알맞은 성가를 부른다. 사제용 미사통상문 부록에는 부활시기가 아닌 때와 부활시기를 위한 성가 가사가 두 편씩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 가사에 곡을 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 사용하던 그레고리오 성가 가락과 라틴어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마 미사경본」에는 이 가사들 외에도 1베드 1,3-5(연중시기)와 다니 3,77.79 및 1베드 2,9(이상 부활시기)구절들이 들어 있다. 이들가사에 대한 작곡이 시급하다. 노래 형식은 입당송과 같다.
(5) 자비송
자비송은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고 부르는 환호이자 그분의 자비 간청하는 노래이다. 환호와 간청의 이중 특성을 가지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짤막한 호칭기도(li -tania)이다. 대영광송, 거룩하시도다 등과 더불어 전통 미사통상문 성가(ordinarium missae)에 속한다. 자비송은 두 번씩 부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언어적 특성이나 음악적인 형식 또는 환경을 참작하여 여러 번 반복하거나 짤막한 말을 덧붙일 수도 있다. 공동체의 노래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전 공동체, 곧 교우들과 성가대 또는 교우들과 선창이 함께 또는 교송으로 노래한다. 「성음악 훈령」에서는 자비송을 창미사의 제2등급으로 분류한다. 유의할 점은 과거에는 자비송을 자비를 간청하는 일종의 참회기도로 오인하여 그레고리오 성가를 비롯하여 거의 대부분의 성가가 슬픔을 자아내는 단조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 성가는 대영광송과 거의 같은 성격의 노래이다.
(6) 대영광송
대영광송은 성령 안에 모인 교회가 하느님 아버지와 어린양을 찬양하고 간청하는 가장 오래되고 훌륭한 찬미가이다. 찬미가 중에서도 찬양 유형의 시편이나 신약성서의 송가 형식을 따르고 있다. 구조는 서언인 천사의 노래(루가2,14), 본론인 하느님 찬양과 그리스도 찬양, 그리고 마침 영광송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언인 천사의 노래는 앞 부분과 뒷 부분이 평행을 이루면서 하늘에 계신 하느님의 영광과 땅에 있는 사람들의 평화를 부각시킨다(하늘/땅, 하느님/사랑, 영광/평화).
본론의 첫 부분인 하느님 찬양에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 영광을 드러내시고 세상에 사랑과 평화를 주신 하느님을 부르면서 신앙고백 겸 찬미를 드린다. “주 하느님, 하늘의 임금님, 전능하신 아버지 하느님, 주님을 기리나이다, 찬미하나이다, 주님을 흠숭하나이다, 찬양하나이다, 주님영광 크시오니 감사하나이다.” 이들 ‘기리나이다’, ‘찬미하나이다’, ‘찬양하나이다’ 등의 표현은 의미가 비슷하며 하느님을 찬양하는 마음을 다양하게 그리고 마음껏 드러낸다. 합창대가 독창, 이중창, 합창등으로 장엄하게 노래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본론의 두 번째 부분인 그리스도 찬양은 그리스도를 부르는 호칭, 세 번의 간청, 세 번의 ‘홀로’로 시작하는 신앙고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찬양은 세 번의 ‘홀로'에서 절정을 이룬다.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며 시작한 대영광송은 그리스도께서 성령과 함께 성부의 영광 안에 계심을 노래하는 영광송으로 장엄하게 끝맺는다.
대영광송은 그 기원이나 내용으로 보아 사순시기와 대림시기를 제외한 주일과 축일에 공동체가 기쁨을 드러내는 축제의 노래이다. 따라서 될 수 있는대로 노래로 부르되 악기 반주과 더불어 합창으로 성대하게 부르면 좋다. 그러나 대표적인 공동체의 노래이기 때문에 모든 교우들이 함께, 또는 교우들과 성가대가 번갈아 부르며 불가피한 경우에는 성가대만 노래할 수 있다. 장엄성도 살리고 공동체 성가의 특성도 살리려면 성가대와 교우들이 노래를 번갈아 부르되, 성가대 부분은 모테트나 칸타타 형식으로, 교우 부분은 단순한 가락으로 작곡하면 된다. 이런 면에서 성가 작곡가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성가는 사제나 성가대가 시작하거나 모든 이가 함께 시작할 수 있다. 개정 어린 미사용 대영광송은 다소 의역을 하여 가사가 짧으나 기본 구조나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7) 본기도
이 기도는 시작 예식의 절정을 이루며 마감하는 대표적인 주례기도로 기도 권고, 기도 본문, 교우들의 ‘아멘’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도 본문의 전반부는 전례시기나 축일의 의미를 반영하며, 후반부는 그에 상응하는 은총을 간청한다. 따라서 그 성격상 청원기도에 속한다. 이 기도는 다른 주례기도와 함께 제1등급 성가에 속한다. 그만큼 음악성을 지녀서가 아니라 성대하게 바쳐야 하는 기도이고, 사제의 기도에 교우들이 ‘아멘’으로 화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가 형식은 기도이기 때문에 음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단순한 형식의 ‘기도 가락’(tonus orationis)이다. 「로마 미사 성가집」(800-802)에는 두 가지 양식이 제시되어 있다.
2) 말씀전례
(1) 독서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독서는 특별한 경우에 노래로 부를 수 있으나 그 성격상 장엄하게 낭독하는 것이 낫다. 노래로 부를 경우에는 가락의 변화가 거의 없는 ‘독서 가락’(tonus lectionis)이나 그와 비슷한 단순한 가락이 적합하다. 긴 독서 본문을 많은 장식 음으로 노래하면 너무 길어질 뿐 아니라 주요 메시지를 놓치기 쉽다. 독서 끝의 환호 ‘주님의 말씀입니다’와 ‘하느님, 감사합니다’는 중요한 공동체 성가이다. 따라서 독서 본문과는 달리 성대한 음악 형식이 좋다.
(2) 화답송
화답송과 복음 환호송은 ‘독서 사이의 노래’라고 하며, 그 중에서 화답송은 방금 들은 하느님의 말씀(제1독서)에 대한 공동체의 화답으로서, 공동체는 이 노래로써 그들이 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다. 이 노래는 대부분 시편 구절로 되어 있기 때문에 ‘화답시편’이라고도 한다. 시편이 아닌 성서 화답송도 드물게나마 있지만 시편과 동등하게 대우한다. 이 시편은 앞에 봉독한 독서의 내용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그 형태는 말씀을 들려주신 하느님께 올리는 찬미?감사?고백?결심?청원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공동체가 부르는 후렴은 화답의 기능을 강화하며 어떤 의미에서 그날 미사의 표어라고 할 수 있따. 그래서 후렴은 언제나 화답시편을 주요 구절이나 시편에 상응하는 환호로 되어 있다.
화답송은 성가미사 등급에는 제3등급에 속하지만 복음 환호송과 더불어 특별히 중요한 성가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주일이나 축일미사에는 노래로 부르는 것이 원칙이다. 노래 방법은 화답형식(modus responsorialis)과 직접형식(modus directus) 두 가지가 있다. 화답형식은 선창이나 성가대가 독서대나 적합한 장소에서 노래하면 회중은 후렴으로 노래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직접형식은 선창이나 성가대만 노래하고 회중은 조용히 듣거나 회중 전체가 선창이나 성가대와 함께 노래하는 형식이다. 화답송의 역할로 보아서는 화답형식이 더 낫다. 화답형식으로 노래할 때에는 교우들이 후렴을 더 쉽게 노래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지정 시편 대신에 전례시기나 성인 축일의 등급에 따라 선정된 시편을 사용할 수 있다. 교회의 전통 화답송 가락은 ‘시편 가락’(tonus psalmorum)이라고 하는데 12가지나 된다.
(3) 복음 환호송
알렐루야와 복음전 성구를 ‘복음 환호송’이라고 하며, 복음을 선포하러 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하는 공동체의 환영가이다. 현행 미사 전례는 이 환호를 복음을 준비하며 주님을 환영하는 노래로서의 성격을 뚜렷이 하였다. 알렐루야는 사순시기를 제외하고는 항상 노래한다. 장례미사나 위령미사 중에도 부를 수 있다. 주님 안에 죽은 이들이 부활한다는 믿음과 희망을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목자는 유족들의 사정을 참작하여 생략할 수도 있다.
이 환호는 성가 등급에는 제3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기쁨과 부활을 나타내는 환영가인 동시에 자체로 백성 전체의 환호이기 때문에 거의 예외 없이 노래로 불러야 한다. 그만큼 노래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노래하지 않을 경우에는 생략할 수 있다. 노래 형식은 모든 이가 함께 시작하거나, 성가대나 선창이 시작하며, 필요하다면 반복한다. 복음 전에 독서가 하나뿐일 때에는 흔히 하듯이 알렐루야와 복음전 성구를 부르거나 화답시편만이나 알렐루야만, 또는 알렐루야 시편(psalmus aklleluiaticus)(?로마 성가집?에 있음)을 부를 수 있다. 알렐루야를 부르지 않는 사순시기에는 화답시편이나 사순시기 환호(?미사 통상문?에 있음)나 복음전 성구 가운데 하나를 부를 수 있다.
복음전 성구는 그날 복음의 한 구절이나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자세, 믿음 등을 반영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이 노래는 알렐루야와 같이 주님을 환영하는 노래이며, 노래 형식은 시편 가락이면 좋다. 성가대보다는 한두 사람의 선창이 노래하는 것이 좋다.
(4) 복음
위에서 말한대로 복음전 인사(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복음 명칭과 응답(루가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주님, 영광 받으소서), 복음 봉독 후의 환호(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는 엄밀한 의미에서 알렐루야, 복음전 성구와 더불어 복음 환호송에 속한다. 이들 환호는 중요한 노래이기 때문에 성가미사에는 노래로 부른다. 복음 자체는 특별히 노래를 요구하지 않는다. 굳이 노래로 봉독할 경우에는 ‘복음 가락’으로 부르는 것 외에는 독서 봉독과 같다.
(5) 신앙고백
주일과 대축일에 바치는 신앙 고백문은 주간 부활일이자 세례 기념일인 주일을 맞아 세례 때에 고백한 신앙을 새롭게 하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말씀 전례 중에 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공동체의 종합적인 응답이기도 하다. 이 기도는 자비송, 대영광송, 하느님의 어린양과 같이 제 2등급의 성가로 지정되어 있으나, 분명 자비송이나 대영광송보다 노래 특성은 약하다. 고백문의 성격상 노래보다는 외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체의 장엄한 신앙고백이라는 측면에서는 노래로 부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노래는 모든 이가 같이 부르거나 성가대와 교우들이 교송으로 부르면 된다. 이 기도는 공동체의 고백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각자의 고백이기도 하기 때문에(‘저는 믿나이다’) 성가대가 노래를 독차지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교회보편성과 국제적인 모임 등을 고려해서 교우들도 라틴어로 된 신경 성가 한두 가지는 평소에 익혀두는 것이 좋다.
(6) 보편 지향 기도
말씀 전례를 마감하는 이 기도를 통하여 교우들은 세상 구원을 위하여 간청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하느님 백성’의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한다. ?성음악 훈령?은 이 기도를 성가의 제2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기도의 노래 부분은 부제나 선창 또는 다른 봉사자가 외는 기도 지향과 교우들의 간청이다. 그래서 「전례헌장 집행 훈령」(1964)이 발표된 직후에 나온 임시판 ?로마 성가집?(1965)은 이 성가의 몇 가지 양식을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식과 관계없이 지역 관습에 알맞은 가락을 작곡할 수 있다.
3) 성찬 전례
(1) 예물 성가
과거에는 예물 준비를 제물을 바치는 예식으로 간주하여 ‘봉헌 예식’이라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거룩한 식사상이자 십자가의 제사상인 제대를 준비하고 그 위에 빵과 포도주를 진설하여, 감사기도에서 본격적으로 거행하는 제물 봉헌을 준비하는 예식이기에 ‘예물 준비’라 부른다. 따라서 이 성가의 정확한 명칭은 ‘예물 성가’이다. 그러나 ?로마 성가집?에서는 과거의 관습을 따라 ‘봉헌 성가’(cantus ad offertorium)로 표기해 놓았다. 이 성가는 교우들이 예물이나 헌금을 바치러 제대로 나아가는 동안 부르는 행렬 동반 노래이다. 과거의 관습을 살리기 위해 ?로마 화답 성가집?에는 이른바 ‘봉헌대송’ 성가가 있지만 미사경본에는 대송이 없다. 이 성가는 사제가 예물을 받아 제대에 진설할 때까지 계속한다. 그러나 주일 등에 헌금 행렬을 하면 계속 부를 수 있다. 성가는 교우들이 함께 부르는 것이 정상이지만, 때로는 성가대만 부르거나, 아니면 악기만 연주하고 교우들은 조용히 듣는 것도 좋다. 행렬이 없을 때에도 성가를 부를 수는 있지만 조용히 예물 축복기도를 바치는 사제를 따라 침묵 중에 기도하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 관습에 따라 이 부분을 대단히 중요한 성가 부분으로 알고 거의 언제나 노래하는데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성가는 본격적인 제물 봉헌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가톨릭 성가집의 이른바 ‘봉헌’ 성가 중의 일부는 가사가 적절하지 않다.
(2) 예물 기도
주례 기도로서 성가 등급과 형식은 본기도와 같다.
(3) 대화와 감사송
미사의 핵심 부분인 감사기도를 여는 사제와 공동체의 대화는 일종의 장엄한 기도 권고로 감사기도를 바치는 자세와 기도 내용(‘감사합시다’)을 알린다. 감사기도의 첫부분인 감사송은 전례시기나 축일이 기념하는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성대하게 기념하며 감사하는 주례기도이다. 이 기도의 시작과 끝 부분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 대화와 감사송은 그 위치나 내용으로 보아 장엄한 성가에 속하기 때문에 주일이나 축일에는 되도록 노래를 부르기를 권한다. 그레고리오 성가집에는 전통적인 감사송 가락(tonus praefationis)이 들어 있는데, 장엄 양식과 단순 양식 두 가지이다.
(4) 거룩하시도다
감사송이 끝나면 사제와 봉사자와 모든 교우들은 하늘의 천사들과 성인들과 결합하여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하거나 큰소리로 왼다. 그 위치나 내용으로 보아 이 노래는 감사송에서 기념한 하느님의 구원 은총에 전 공동체가 감사의 마음으로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환호의 노래이다. 연사의 연설을 듣는 군중이 연설 도중에 우렁차게 박수를 치는 것에 비길 수 있는 노래이다. 노래의 전반부는 이사서 6,3의 소명 환시에 나오는 천사들의 노래이다. 후반부(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에 군중들이 외친 환호이다.
이 성가는 사제, 봉사자, 교우를 포함한 대표적인 공동체의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지상 공동체만으로 부족하여 천사와 성인 등 천상가족까지 초대하여 환호하며 부르는 성대한 노래이다: “그러므로 모든 천사와 성인과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이렇게 하늘과 땅의 모든 가족을 초대하여 노래하자고 해놓고 경문을 그냥 외우거나 성가대만 노래한다면 식사에 사람을 초대하고선 음식을 내놓지 않거나 주인 혼자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평일 미사에도 가능하면 노래하기를 적극 권한다.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감사송의 끝부분에서 ‘노래하나이다’ 했으면 모두 즉시 노래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깐따따나 모테트 형식의 곡은 흔히 먼저 악기 전주가 나오거나 선창이 길게 노래하여 자연 발생적인 군중 환호를 막아버린다. 앞으로 작곡자들은 이 점도 생각하여 작곡하기 바란다.
(5) 감사기도
미사의 중심과 절정을 이루는 감사기도는 사제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위대하신 업적을 기념하며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길고 장엄한 주례기도이다. 이 기도로 빵과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어 성부께 봉헌된다. 가장 거룩하고 경건한 기도이기 때문에 노래로 부르지 않고 정중하게 외우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여러 사제가 공동으로 집전할 때에는 노래할 수 있다. 미사 총지침에서는 공동 집전시에 부를 성가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정해주고 있는데, 감사기도 네 양식 모두 성찬 제정과 축성문과 축성 후의 기념기도를 노래로 부를 수 있다. 제 1양식에서는 축성 기원도 성가 부분에 속한다.
(6) 기념 환호
성체 축성과 경배가 끝나면 사제는 ‘신앙의 신비여’ 하고 말하고, 교우들은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하고 환호한다. 이 기념 환호는 1968년에 미사 전례에 도입되었는데, 기념 행사를 통해 방금 이루어진 성체 축성과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재현이라는 엄청난 신비에 교우들이 감동어린 마음으로 이 신비를 선포하겠다며 외치는 환호이다. 따라서 미사 성가 중에 가장 중요한 공동체의 성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미사 중에 한 번만 성가를 부른다면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성가이다.
(7) 마침 영광송
이 기도는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을 재현한 감사기도를 마치면서 그리스도와 함께 성령으로 하나되어 성부께 영광을 드리는 노래이다. 영광송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공적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선포하거나 찬양하는 기도나 노래 양식을 말한다. 그 가운데 감사기도 끝의 마침 영광송은 특별한 가치가 있는 제 1등급의 성가이다. 교우들은 사제가 바치는 영광송과 감사기도 전체에 동의하고 확신하며 ‘아멘’ 하고 환호한다. 이 아멘은 미사 때의 모든 아멘 가운데 가장 성대하고 웅장한 아멘이다. 성 예로니모는 감사기도 끝에 교우들이 ‘아멘’ 할 때 그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웅장하게 들렸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와 중요성을 감안하여 교우들은 이 환호를 그냥 외우지 말고 성대하게 노래로 불러 성부께 한양과 감사와 영광을 드리는 것이 마땅하다. 위의 기념 환호와 같이 언제나 노래할 수 있는 성가이다.
(8) 주님의 기도
이 예식은 기도 초대, 주님의 기도, 부속기도, 영광송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기도 초대는 성대한 기도 권고이다.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면서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를 경건한 자세와 용기를 가지고 바치자는 권고 겸 초대이다. 주님의 기도와의 연관성 때문에 제1등급 성가로 되어 있지만 권고는 노래보다 말이 낫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례의 권고이기 때문에 노래는 주례가 부른다.
주님의 기도의 전반부는 성부의 거룩하심과 그분의 나라의 도래와 그분 뜻의 성취 등 세 간청이 앞의 감사기도의 주제와 연결되고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후반부는 일용할 양식, 죄의 용서, 유혹과 악에서의 보호 등의 간청으로 영성체 준비를 시킨다. 이러한 내용으로 말미암아 주님의 기도는 가장 훌륭한 영성체 준비기도이다. 주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라는 점에서나,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그분의 영광을 기원하고 주님과의 일치를 간청하는 내용으로 보아서나 가장 좋은 공동체 성가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사제, 봉사자, 교우가 모두 한마음이 되어 노래를 불러야 한다. 과거에는 창미사 때에 기도 권고와는 달리 사제 혼자 부르는 모순을 무의식중에 방치하고 있었다. 작곡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이 기도는 공동체의 노래이기 때문에 장식음이 거의 없는 쉽고 단순한 가락의 성가로 만들라는 점이다. 노래가 너무 길면 사제들이 성가를 기피하기 쉽다.
부속기도는 마지막 청원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를 확대한 기도로서 주님의 기도와 맥을 같이 한다. 주님의 기도를 연장한 기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노래 형식도 주님의 기도와 같지만 지도나 노래의 가치는 떨어진다. 이 기도는 주례 혼자 바치기 때문에 성가도 주례의 몫이다.
마침 영광송은 성서 본문에는 없지만 주요 기도 끝에 영광송을 바치는 고대 관습과 개신교와의 일치를 생각하여 1965년에 도입한 기도이다. 이 영광송은 주님의 기도를 마감하면서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교우들의 환호이자 성대한 ‘아멘’이기 때문에 당연히 노래로 불러야 한다. 앞은 주님의 기도와 부속기도를 노래로 부르지 않았어도 이 영광송은 노래로 부르는 것이 좋다.
(9) 평화 인사
사제는 평화기도를 바친 다음 교우들을 향하여 팔을 벌렸다 모으면서 “주님의 평화가” 하고 인사하며 교우들은 “또한 사제와 함께” 하고 화답한다. 그 음악적 가치와 형식은 시작 예식의 인사와 같다.
(10) 하느님의 어린양
초세기부터 동전 크기의 작은 제병이 등장한 8-9세기까지는 축성된 빵을 많은 조각으로 나누는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7세기 경에 ‘하느님의 어린양’이 빵을 나누는 동안에 부르는 성가로 도입되었으며 노래는 빵을 나누는 동안 계속 반복되었다. 그러나 8-9세기 이후에 작은 제병이 등장하면서 빵 나눔 동반 성가로서의 역할이 거의 없게 되자 세 번 반복하는 것으로 그쳤다. 현행 미사 전례는 다시금 빵 나눔의 의미를 강조한다. 그것은 이 동작이 단지 영성체를 위해 성체를 나누는 의미만 아니라 그를 통해 한 분이신 그리스도와 그분의 지체인 이웃 사람들과의 일치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기도 역시 전통적인 자비송, 대영광송 등과 같이 미사통상문 성가에 속한다. 그런데 아무리 그 의미를 강조해도 역시 본래의 빵 나눔 동반 성가로서의 기능은 줄어들었기 때문에 성가로서의 중요성도 약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노래 형식은 호칭기도처럼 성가대나 선창이 앞부분을 부르면 교우들은 후렴인 뒷부분(‘자비를 베푸소서’)을 부른다.
(11) 영성체 성가
미사는 그 기원으로 보나 형식으로 보나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거룩한 식사 예식이다. 영성체를 통하여 교우들은 주님과 한 몸 한 피가 되고, 그분이 미사 중에 재현하신 수난과 부활에 완전하게 참여하며 이웃 사람들과도 일치를 이룬다. 그런데 교우들의 영성체 행렬은 예물 봉헌 행렬처럼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찍부터 행렬 동산 성가인 영성체 성가가 도입되어 지금까지 애용되고 있다.
사제와 교우들이 성체를 영하는 동안 공동체가 한 목소리로 부르는 이 성가는 성체를 영하는 이들은 영신적 일치를 드러내고 마음의 기쁨을 표시하며, 영성체 행렬이 더욱 형제적 성격을 띠게 한다. ?로마 화답송 성가집?(Graduale Romanum)에는 영성체송이 대송과 시편이 함께 제시되어 있는데, 시편과 함께 또는 시편 없이 영성체송만 부를 수 있다. 그 외에 한국 교회의 관례에 따라 주교회의가 인준한 영성체 성가를 사용할 수도 있다. 노래 형식은 성가대 단독으로나, 성가대와 교우들이 함께, 또는 선창과 교우들이 함께 부르며, 교우들이 성체를 영하는 동안 적당한 때까지 계속한다. 성가대 단독으로도 부를 수 있게 한 것은 교우들이 함께 부를 경우 성체를 영하는 교우들의 준비기도와 감사기도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성체가 끝날 때까지 모든 교우들이 접속곡 형식으로 쉴새 없이 성가를 부르기보다는 성가대나 선창이 처음이나 중간 적당한 때에 단독으로 부르는 것도 사목적으로 대단히 유익하다. 그리고 평일 미사 때처럼 영성체 행렬이 길지 않을 때에는 이 성가의 기능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성체 분배가 끝나면 사제와 교우들은 반드시 침묵 가운데 잠시나마 감사 기도를 바쳐야 한다. 이 침묵 중에는 노래나 악기 반주를 금한다. 그러나 사목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이따금 조용하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좋겠지만 침묵의 분위기를 깨뜨려 묵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2) 영성체 후 기도
이 기도는 영성체에 대한 공적인 감사기도이자 미사의 은총이 생활 중에도 계속되기를 간청하는 주례기도이다. 노래가치와 형식은 본기도와 같다.
4) 마침 예식
미사 전체를 마감하는 이 예식은 공지, 인사, 강복, 파견 및 퇴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보듯이 이 예식은 사제가 교우들에게 사직 인사를 한 다음 그들을 강복하면서 세상에 파견하고 미사전체를 마감하는 단순한 예식이다. 이러한 의미에 따라 각 부분의 성가 가치나 형식도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1) 인사
시작 예식의 인사보다 단순한 성가 부분이다. 강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2) 강복
강복은 단순 강복 양식과 장엄 강복 양식이 있다. 사목적으로 필요하면 미사경본 부록에 이는 장엄 강복이나 백성을 위한 기도도 사용할 수 있다. 그 어떤 양식을 취하든 항상 성삼 강복으로 끝난다. 주일이나 대축일에는 성가로 부르면 좋다.
(3) 파견
사제나 부제가 부르는 파견사는 미사가 공식으로 끝났음을 선언하고 교우들을 파견하는 말이다. 주일이나 축일 등의 성가 미사 때에는 노래로 파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신자들의 화답 “하느님, 감사합니다”는 환호로서 노래 가치가 있다. 그러나 평일 미사 때에는 노래 없이 외는 것이 좋다.
(4) 퇴장 성가
미사는 사제의 강복과 파견으로 끝났기 때문에 퇴장은 전례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미사 총지침에서도 퇴장 행렬이나 퇴장 성가에 대하여 아무런 말이 없다. 단지 「성음악 훈령」에서는 과거의 관습을 고려하여 미사 끝에 전례시기나 축일에 알맞은 성가를 부를 수 있다고 설명할 뿐이다. 그만큼 성가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주님을 찬양하면서 세상에 파견된다는 의미를 생각하면 성가가 그리 무익한 것은 아니다. 성가를 부르지 않고 오르간 등의 악기 반주를 해도 좋다. 성가를 부를 경우에는 될 수 있으면 사제의 퇴장과 더불어 끝나야 한다.
출처: 이 자료는 「신앙과 삶」 1999년 겨울호에 실린 이홍기 신부님의 글을 발췌한 것으로서, 수원교구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내려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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