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의 세계] 입당 성가(Introitus)
Posted 2011. 7. 31. 16:46곽민제(미카엘)|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례음악
“백성이 모인 다음 사제가 부제와 봉사자들과 함께 들어올 때 입당 노래를 시작한다. 이 노래는 미사 거행을 시작하고, 함께 모인 이들의 일치를 굳게 하며, 전례 시기와 축제의 신비로 그들의 마음을 이끌고, 그들을 사제와 봉사자들의 행렬에 참여시키는 목적을 지닌다.”(미사 경본 총지침 47항)
흔히 “시작 성가”라고도 불리는 “입당 성가”(Introitus)는 행렬 노래(Cantus processionalis) 중 하나로서, 마치 웅장한 서곡(序曲)과 같이 미사 전례 전체는 물론 미사의 첫 번째 예식인 시작 예식(Ritus initialis)을 활짝 열어 줍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 입당 성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사 경본 총지침이 말해 주고 있듯이, 입당 성가는 미사 전례 거행에서 크게 네 가지의 주된 역할을 합니다.
먼저 미사 거행을 시작하는 역할을 하는데, 특별히 입당 성가로 시작되고 그날 미사의 본기도(Collecta)로 마무리 되는 미사의 “시작 예식(Ritus initialis)”을 장엄하게 열어주는 서곡의 역할을 합니다. 미사 전례의 첫 번째 노래인 입당 성가와 더불어 전례 거행을 위해 모인 공동체는 본격적으로 전례 거행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사에 온전하게 참여하기 위해서는 입당 성가를 부르는 그 순간부터 이미 “모인” 전례 공동체의 일원으로 있어야 함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며,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미사에 늦는 일이 없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입당 성가는 함께 모인 이들의 일치를 굳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입당 성가가 시작되기 전까지 각 개인은 적당한 자리를 찾고, 가까이 있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조용히 기도하는 등 개인적인 행동을 하게 되지만, 함께 노래한다는 그 첫 공동체적 행위(Actio Communis)를 통해 비로소 전례를 거행하는 “회중(Assemblea)”의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음성과 음색을 지닌 사람들이 자신의 고유한 소리를 고집하지 않고 동일한 멜로디에 자신의 소리를 맞추면서 함께 노래할 때에 이미 그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일치는 외적으로 드러나게 되고, 또한 이러한 외적인 일치를 통해 그들 내면의 일치는 더욱 굳건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입당 성가는 전례 거행을 위해 모인 공동체를 전례 시기와 축제의 신비로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그날이 전례 시기적으로 어떤 날인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거나, 그날 미사의 독서와 복음이 어떤 내용인지 미리 읽어보지 못한 채 미사에 왔다하더라도, 입당 성가를 부르다보면 그 전례 시기에로 마음을 열게 되고, 그날 거행되는 미사의 주제를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입당 성가를 선곡할 때에도 그날의 입당송이나 다른 고유문들을 잘 읽어보고, 또 그날 미사에서 봉독되는 성경의 독서들을 미리 읽어 봄으로써 그날의 미사가 지니는 전례적 의미와 주제를 잘 드러내는 성가를 고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사제와 봉사자들의 행렬이 마무리된 후에 노래를 바로 그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입당 성가를 조금 더 부르면서 전례 회중을 그날의 전례에 더 합당하게 준비시키는 것도 유익한 방법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입당 성가는 전례 회중을 사제와 봉사자들의 행렬에 참여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입당 성가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전례에서 밖에 모여 있던 회중이 행렬해서 성전으로 들어가며 성가대와 주고받으며 부르는 노래처럼, 본성적으로 행렬(Processio)을 위한 노래입니다. 오늘날 여러 여건상 모든 회중이 입당 행렬에 물리적으로 동참할 수는 없지만, 입당 성가를 함께 노래함으로써 그 행렬에 마음으로 또 영적으로 동참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별한 전례의 경우, 예를 들어 세례식이나 첫영성체가 거행되는 미사, 또는 혼인 미사에서 그 대상자들(예비신자, 첫영성체할 아이들, 신랑과 신부)이 사제와 봉사자들과 함께 행렬해서 입당한다면 아주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입당 성가를 노래하지 않을 경우 그날 미사의 입당송을 낭송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입당송은 회중 전체가 합송(合誦)할 수도 있고,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이나 잘 준비된 한 사람, 예를 들어 독서자나 해설자가 낭송할 수도 있겠습니다. 부득이한 경우 사제 자신이 낭송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 경우 사제는 시작 예식에서 회중과 인사를 주고받은 후, 그날 전례의 주제에 대해 이끄는 말을 하는 방식으로 적응시킬 수 있습니다.(미사 경본 총지침 48항 참조)
지금까지 입당 성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입당 성가와 더불어 미사가 시작된다는 사실과, 입당 성가를 함께 부름으로써 전례 공동체는 전례 시기와 거행되는 축제의 신비를 향해 이끌어진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미리 성당에 모여와 미사를 준비하고 있다가 입당하는 사제를 맞이하며 입당 성가를 정성껏 부를 때, 우리 자신은 더욱 거룩하고 효과 있는 전례 거행에 합당한 사람들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월간빛, 201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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