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해설] 가톨릭성가 520번 "오늘 이 세상 떠난"
Posted 2009. 11. 3. 14:42가톨릭 성가 520번
오늘 이 세상 떠난
오늘 이 세상 떠난
부산가톨릭합창단
장례미사를 드리고 이어지는 고별식! 죽음과 묻힘으로 이 세상에서의 인간적인 인연을 모두
마감하고 정리하는 자리이기에, 유가족에게는 커다란 슬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돌아가신
분의 얼굴을 한번만이라도 다시 보기를 간절히 애원하지만, 결국 성당을 떠나 묘지로 향하
는 그분을 놓아드려야 하는 현실에 누구나 눈물로써 “네”하고 응답할 뿐입니다.
이러한 순간에 성당을 가득 메우는 성가 “오늘 이 세상 떠난”의 멜로디와 단순한 화음은 죽
음과 이별의 슬픔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낮은 음에서 시작한 멜로디는 간절한 애원을 표현
하듯 위를 향해 손을 뻗어보지만, 채 한 옥타브도 채우지 못하고 잦아들고 맙니다. 마치 생
의 마지막 호흡을 봉헌하는 마지막 숨결처럼… 이런 멜로디를 꾸미는 화음 또한 지극히 단
순합니다. 삶을 향해 마지막 손짓을 하는 가장 높은 멜로디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본화
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치 삶이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볼 때, 고별식은 새 삶으로의 입장식이고, 천상 예루살렘으로의 귀환
입니다. 이 성가의 그레고리오 성가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낙원으로 천사들이 너를 인도하며
네가 올 때 순교자들이 너를 영접하여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으로 너를 인도할 것이다.
In Paradisum deducant te angeli
in tuo adventu suscipiant te martyres,
et perducant te in civitatem sanctam Jerusalem.
이 성가와 함께 다음 두 개의 성가를 선택하여 부를 수도 있습니다.
천사들의 무리가 너를 영접할 것이고
한때 가난했던 라자로와 함께
영원한 안식을 차지할 것이다.
Chorus angelorum te suscipiat
et cum Lazaro quondam paupere
aeternam habeas requiem.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이는 죽었어도 살 것이요,
살아서 나를 믿는 이는 영원히 죽지 않으리라.
Ego sum resurrectio et vita
qui credit in me, etiam si mortuus fuerit, vivet
et omnis qui vivit et credit in me, non morietur in aeternum.
저는 베를린에서 어느 독일 분의 장례를 주례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에는 한국과는 달리 도
심에 위치한 공동묘지 어디에나 성당이 있습니다. 그 성당에 고인의 시신을 중심으로 유가
족이 함께 모였습니다. 성가를 부르고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며, 사제의 강론과 함께 신자들
의 기도, 그리고 고인을 위한 기도를 바친 후 저는 고별식과 더불어 그레고리오 성가 ‘낙원
으로(In Paradisum)’를 불렀습니다. 거기 모인 모든 이들은 제가 홀로 부르는 그 성가를 통
해 이제 돌아가신 분과 지상에서는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삶,
영원한 삶이 시작될 것을 예감하였을 것입니다.
성가를 마친 저는 시신을 모시고 복사들과 함께 무덤을 향해 순례를 시작하였습니다. 십자
가를 앞에 세운 장례 행렬은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의 이동 같기도 하고, 그렇게 걷
다보면 어디선가 하느님의 천사들과 순교자들이 마중을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걸어서 다다른 무덤이 바로 천상으로 올라가는 야곱의 계단의 시작이라는 믿음 또한
갖게 되었습니다.
낙원으로(In Paradisum) 향하는, 영원한 안식(aeternam requiem)을 차지하는, 그리고 영원
히 죽지 않는(non morietur in aeternum) 새로운 생명은 바로 죽음으로써 시작되며, 그 근
거는 바로 그리스도께서 부활이요 생명(resurrectio et vita)이시기 때문입니다.
최호영 신부 (가톨릭대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출처: 서울대교구 사목국 발행 길잡이 11월호
마감하고 정리하는 자리이기에, 유가족에게는 커다란 슬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돌아가신
분의 얼굴을 한번만이라도 다시 보기를 간절히 애원하지만, 결국 성당을 떠나 묘지로 향하
는 그분을 놓아드려야 하는 현실에 누구나 눈물로써 “네”하고 응답할 뿐입니다.
이러한 순간에 성당을 가득 메우는 성가 “오늘 이 세상 떠난”의 멜로디와 단순한 화음은 죽
음과 이별의 슬픔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낮은 음에서 시작한 멜로디는 간절한 애원을 표현
하듯 위를 향해 손을 뻗어보지만, 채 한 옥타브도 채우지 못하고 잦아들고 맙니다. 마치 생
의 마지막 호흡을 봉헌하는 마지막 숨결처럼… 이런 멜로디를 꾸미는 화음 또한 지극히 단
순합니다. 삶을 향해 마지막 손짓을 하는 가장 높은 멜로디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본화
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치 삶이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볼 때, 고별식은 새 삶으로의 입장식이고, 천상 예루살렘으로의 귀환
입니다. 이 성가의 그레고리오 성가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낙원으로 천사들이 너를 인도하며
네가 올 때 순교자들이 너를 영접하여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으로 너를 인도할 것이다.
In Paradisum deducant te angeli
in tuo adventu suscipiant te martyres,
et perducant te in civitatem sanctam Jerusalem.
이 성가와 함께 다음 두 개의 성가를 선택하여 부를 수도 있습니다.
천사들의 무리가 너를 영접할 것이고
한때 가난했던 라자로와 함께
영원한 안식을 차지할 것이다.
Chorus angelorum te suscipiat
et cum Lazaro quondam paupere
aeternam habeas requiem.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이는 죽었어도 살 것이요,
살아서 나를 믿는 이는 영원히 죽지 않으리라.
Ego sum resurrectio et vita
qui credit in me, etiam si mortuus fuerit, vivet
et omnis qui vivit et credit in me, non morietur in aeternum.
저는 베를린에서 어느 독일 분의 장례를 주례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에는 한국과는 달리 도
심에 위치한 공동묘지 어디에나 성당이 있습니다. 그 성당에 고인의 시신을 중심으로 유가
족이 함께 모였습니다. 성가를 부르고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며, 사제의 강론과 함께 신자들
의 기도, 그리고 고인을 위한 기도를 바친 후 저는 고별식과 더불어 그레고리오 성가 ‘낙원
으로(In Paradisum)’를 불렀습니다. 거기 모인 모든 이들은 제가 홀로 부르는 그 성가를 통
해 이제 돌아가신 분과 지상에서는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삶,
영원한 삶이 시작될 것을 예감하였을 것입니다.
성가를 마친 저는 시신을 모시고 복사들과 함께 무덤을 향해 순례를 시작하였습니다. 십자
가를 앞에 세운 장례 행렬은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의 이동 같기도 하고, 그렇게 걷
다보면 어디선가 하느님의 천사들과 순교자들이 마중을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걸어서 다다른 무덤이 바로 천상으로 올라가는 야곱의 계단의 시작이라는 믿음 또한
갖게 되었습니다.
낙원으로(In Paradisum) 향하는, 영원한 안식(aeternam requiem)을 차지하는, 그리고 영원
히 죽지 않는(non morietur in aeternum) 새로운 생명은 바로 죽음으로써 시작되며, 그 근
거는 바로 그리스도께서 부활이요 생명(resurrectio et vita)이시기 때문입니다.
최호영 신부 (가톨릭대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출처: 서울대교구 사목국 발행 길잡이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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