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ce sacerdos magnus

성가 304번 “보아라. 우리의 대사제(Ecce Sacerdos Magnus)”. 이 성가는 흔히 ‘주교 영접가’라고도 불리는데, 주교님이 집전하시는 대미사 때 입당성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매우 간단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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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사를 보면,
Ecce sacerdos magnus qui in diebus suis placuit Deo et inventus est justus, et inventus est justus
(이후 반복)

ecce는 영어의 this와 같은 의미이지만, 주의를 환기시킬 때 쓰는 말입니다. “보라, 여기 있다.”라는 뜻이 됩니다. passion of Christ 영화에서 빌라도는 홍포를 입으신 예수님을 가리켜, “ecce homo”(요한 19,5)라고 말합니다. “자, 이 사람이다.”라는 뜻이지요. sacerdos는 사제, 신부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magnus는 “큰, 위대한”이라는 뜻의 형용사입니다. sacerdos magnus는 대사제라고 번역하면 되겠습니다. ‘대사제’라는 용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구약에서는 레위 지파 중심으로 사제단이 구성되면서 그 대표로 대사제(대제관)가 있었습니다. 신약의 사제직은 주교(episcopus), 사제(sacerdos), 부제(diaconus)로 이루어집니다. 이 중에 대사제는 보통 주교를 지칭하고, 때에 따라서는 몬시뇰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이 성가는 주로 주교영접가로 사용되므로, 주교를 가리킨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이제 ecce sacerdos magnus를 번역해 보세요. “보라, 여기 대사제가 오셨다” 정도의 뜻이 됩니다. qui는 영어의 관계대명사 who와 비슷합니다. qui이하는 모두 대사제를 수식합니다. in diebus suis에서 diebus는 dies, diei(날, 하루)라는 뜻의 5변화 명사에서 나왔고 suis는 suus(자기 자신의)에서 변화했습니다. 직역하면 “자신의 날에”라는 뜻이지만, “일생동안”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placuit는 placet(좋게 여기다, 마음에 들다)라는 뜻의 전 과거 형태입니다. Deo는 “하느님께”, inventus est는 invenio(발견하다)동사의 전 과거 수동 형태입니다. inventus est justus는 “올바르다고 판명되었다”라는 뜻입니다. justus는 영어의 just(정당한, 올바른)의 뜻입니다. 전체적으로 직역을 해 본다면 “여기 일생동안 하느님 뜻에 맞고, 의롭다고 판명된 대사제를 보아라.”라는 뜻입니다. 이것을 의역하여 “보아라. 우리의 대사제, 하느님 뜻에 맞는 대사제여라. 주의 의로운 대사제, 대사제 오셨네.”로 번역하였습니다.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 한국 교회사연구소

"여기오신 모든 이에게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