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데레사여사의 발명품

Posted 2009. 11. 14. 11:39

저는 사람들이 흔히하는 얘기로 입이 짧습니다. 조금 먹는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어릴적에도 육고기 종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곱창같이 모양이 이상하다든가, 족발이나 순대, 돼지머리 눌린것 같이 부위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고기가 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저희 집에서는 미역국에 소고기가를 넣지않고 그냥 끓이거나 조개 또는 굴을 넣습니다. 아무튼 냄새 따지고 모양 따지고 부위 따지고 가리는 것 많은 까탈스러운 식성이였습니다.

그즈음 집에서 사골을 푹 고아 우려낸 곰국을 들통으로 한 가득 끓였고, 다른 식구들은 끼니 때마다 그 곰국에 밥을 훌훌말아 땀내며 먹었지만 저는 물에 담구어진 고기국물이므로 먹지 않았습니다.

"이 좋은 것을 왜 안먹니? 몸에 좋은 것이니 먹어봐라"
하나뿐인 아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으신 어머니는 애원하다시피 하셨지만 먹질 않았습니다.

그 곰국이 들통에서 반쯤 비워져가던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저에게 어머니는 아주 반갑게 저를 맞아주시더군요.
"배고프지? 라면 먹을래?" 

성격이 활달하시고 유머러스한 어머니는 우스게 소리를 잘하셔서 동네 아주머니들 가운데서 중심 역할을 하며 인기가 좋았었습니다. 자연스레 동네 계의 계주이기도 하셨지요.

그 당시 스테인레스 그릇과 주방기기들이 꽤 유행했는데 녹이 슬지않고 가볍게 닦아만 주어도 광이 번쩍번쩍 났기 때문이였습니다. 

동네마다 스테인레스 그릇을 파는 그릇장사들이 돌아다녔는데, 그 그릇장사들은 주로 어머니같은 계주에게 10사람을 소개해서 그릇을 팔면 그릇 한 셋트를 소개비조로 준다는 식으로 영업하고 다녔습니다. 어머니에게는 10사람을 소개해주는 것은 일도 아니어서 어머니는 거의 집에 계시지않고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무척이나 바빴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릇 불어나는 재미에 거의 집에 안계시던 어머니가 집에 계신데다 거부할 수 없는 맛을 가진 라면을 끊여주신다니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반갑게 화답했습니다.
"조오쵸!!"

이윽고 라면이 끓여 나오고, 후루륵! 한 젓가락 먹는데 좀 이상했습니다.
"어! 이거 라면 맛이 아닌데?"
순간 어머니께서 흠짓 당황하시더군요.
어머니의 당황하시는 모습에 저는 바로 알아차렸습니다.




어머니께서 끊여주신 라면은 바로
사리곰탕면이 나오기 훨씬 이전에 어머니 데레사여사께서 당신의 외아들이 몸에 좋은 곰국을 먹지않는 것을 안타까워하신 나머지 개발하게된 세계 최초의 곰국라면이였던 것입니다.

"에이, 안 먹을래.."
속았다는 생각에 그 곰국라면을 끝내 먹질 않았습니다.

11월은 위령성월이군요.
먼저가신 어머니 데레사, 아버지 토마스와 오늘을 사는 우리 식구들이 기도를 통하여 통공을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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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오신 모든 이에게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