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수난(Passio)을 특별히 묵상하면서, 주님께서 부활하시기 위해서 반드시 짊어지셔야 했던 고통과 수고를 우리의 삶을 통해 닮아보려고 노력하는 기간이 바로 ‘사순시기’입니다. 사순시기에 우리 신자들은 가능한 한 인간적인 즐거움들을 애써 피하고, 절제와 기도, 나아가 봉사와 자선으로 주님의 길을 함께 걸어가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사순시기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성가는 “수난 기약 다다르니”일 것입니다. 사순시기의 시작에서 이마에 재를 뿌리는 ‘재의 수요일’에 이 성가를 부르다보면 어느새 마음속엔 ‘사순절이구나!’하는 생각과 더불어 앞으로 40일간을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비장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수난 기약 다다르니”라는 성가가 사순절의 성가로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원래 프랑스 성가인 이 성가의 멜로디를 이미 1900년대 초부터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 불러왔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 가사가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천주가사’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1784년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와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이후 수많은 박해를 받으면서도 가톨릭 신앙을 보존하고 전파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천주가사’는 4.4조의 가사로서 특별한 멜로디 없이 단지 일률적인 곡조로서 읊어졌습니다. 이미 1777년 천진암 주어사 강학회 당시 ‘십계명가’, ‘천주공경가’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1930년 박제원의 ‘소경자탄가’를 마지막 작품으로 하는 ‘천주가사’에 최양업(토마스) 신부님께서는 많은 공적을 남기셨습니다. 그 중 ‘삼계대의’라는 작품 안에는 예수님의 수난과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며, ‘수난 기약 다다르니’의 가사 역시 ‘삼계대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에 불리던 ‘슈난긔약’의 가사는 이러합니다 :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사순절’을 보내면서, 우리의 신앙에는 반드시 양면, 즉 고통과 기쁨, 빛과 어둠, 죽음과 부활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고통이 없으면 기쁨을 알 수 없고, 어둠이 없다면 빛을 분간할 수 없으며, 죽음이 없으면 부활도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호영 신부 (가톨릭대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여기오신 모든 이에게 평화를 빕니다^^"